‘실패 론칭, 안됩니다’
DATE : 2021.08.23
“실패를 론칭하는 상황을 막아야 합니다”
허종훈 디블렌트 미디어 본부장은 ‘실패의 론칭’을 막기 위해 악역을 자처한다. 종합광고대행사에서 일하다 보니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데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불편한 점)’를 해결하지 못한 제품에 대해선 ‘아픈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는 “기업은 소비자 중심적 사고가 부족할 때가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내 기업 고객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다”고 했다. 허 본부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마케터 경력을 시작해 AIA생명 전사 마케팅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디블렌트에서 미디어 본부장을 맡아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관리하고 미디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Q: 실패를 론칭하는 원인은
A: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해서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브랜드에 열광한다. 거꾸로 자신들의 문제를 알지 못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브랜드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간혹 이런 브랜드의 캠페인을 맡아야 할 때가 있다. 성공할 수 없는 캠페인이다. 어쩔 수 없이 기업 고객에게 ‘아픈 얘기’를 한다.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서 실패를 론칭하는 상황을 막으려고 노력한다.
Q: 소비자 관점의 사례는
A: 수분크림 사례다. 장점이 많은, 매우 좋은 제품이었다. 그런 장점을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소비자들은 복잡한 용어와 기능으로 장점을 설명하면 알아 듣지 못한다. 아니 들으려 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했다. 식빵에 수분크림을 발라서 오븐에 구웠더니 수분크림을 바른 부분은 타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그 상황을 보여줬다. ‘보습’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복잡한 용어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눈으로 보고 바로 느낄 수 있게 했다.
Q: 소비자 관점의 광고는
A: 소비자들이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경쟁력 있는 좋은 제품들이 시장에 넘쳐나면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여정은 길어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강화로 인해 광고 효율은 떨어지고 소비자들의 광고 회피율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있는 광고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열광한다. 소비자 스스로가 매체가 되어서 전파하기도 한다. 디블렌트는 이렇게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어트랙티브 캠페인’을 기획한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탈 차례를 기다리는 놀이동산의 놀이기구(어트랙션)처럼 사람들을 매혹하는 힘을 가진 캠페인이다.
Q: 어트랙티브 캠페인 사례는
A: 마케팅의 성공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매출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다. 아쉽게도 둘 중 하나만 성취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캐롯 퍼마일 자동차 보험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성공적인 캠페인이다. 기존 자동차 보험에선 서비스 사용 전 1년치 보험료를 선불로 내야 한다. 이런 관행을 소비자 관점에서 바꿨다. ‘매달 탄만큼만 매달 후불로’, 즉 사용 후 자동차 보험료를 지불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고객들에게 익숙한 디스코 곡 보니엠의 ‘바하마 마나’와 이렵션의 ‘원웨이 티켓’을 서비스 특징을 살려 재미있게 변형시켰다. 개사와 편곡을 통해 소비자들의 귀에 걸리는 노래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무엇보다 고객에게 더 좋은 선택과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전속모델인 신민아씨의 세련된 이미지와 레트로한 분위기가 극적으로 어울리렸고, 신민아의 ‘스마일’ 미소와 광고 캐치 프레이즈 ‘퍼~마일’의 연결은 신의 한수란 평가를 받았다. 광고 캠페인 중 고객사의 퍼마일자동차 보험 판매 일간목표가 달성된 현수막을 봤을 때 정말 짜릿했다.
Q: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A: 브랜드 조직과 영업 조직이 구분돼 있는 기업들이 많다. 대체로 두 조직은 서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 전체로 보면 두 조직이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분식 집을 예로 들어보자. 분식 집 사장님 입장에서는 가게가 유명해지고(브랜드 인지도 제고) 동시에 매출도 늘어나는 것이 최선이다. 디블렌트는 ‘브랜디드 퍼포먼스’라는 개념을 강조한다. 어트랙티브 캠페인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실제 판매 촉진 성과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회사들마다 브랜드와 영업의 상황이 다르다. 어떤 경우는 브랜딩을 강화해야 하고 다른 경우는 영업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 브랜디드 퍼포먼스를 통해 고객사별로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브랜디드 퍼포먼스는 종합광고대행사의 의미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예전엔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사용해 광고를 만들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광고에서 끝나지 않고 사용자 반응을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게 소비자 구매 여정을 설계해야 한다.
■ Interviewer 한 마디
허종훈 본부장은 플랫폼 기업, 금융회사, 광고대행사를 거쳤다. 플랫폼 기업에선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금융회사에선 ‘수치화하는 역량’을, 광고대행사에선 ‘소비자 행동 유발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했다. 허 본부장이 익힌 세 가지가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마케터가 갖춰야 할 역량이다.